콘클라베
콘클라베 영화의 배경, 줄거리, 그리고 다양성과 확신에 대한 생각을 담아낸 감상글입니다.
Contents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경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 익숙하지 않은 포스터를 보고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포스터를 보고 천주교와 관련된 종교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새로운 시도일 것 같아서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나의 예상을 빗나간 영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먼저 이 영화는 종교 영화라고만 볼 수 없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누구나 이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새로운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처음 영화를 본 후 한 달 후에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요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메세지를 잘 전달해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와 생각들
  영화는 교황의 선종으로 시작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콘클라베(Conclave) 는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의미하는데, 추기경들이 모여 외부와 차단된 비밀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에서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의식이다. 주인공인 로렌스는 콘클라베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로렌스 추기경은 콘클라베를 관리하지만, 사실 그는 추기경이지만 기도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중이었다. 자신의 신앙심에 대해 확신이 없어 교황님께 사임을 신청하기도 하였다. 교황은 그의 사임을 반려하였고, 머지않아 선종하셔서 로렌스가 콘클라베를 주도하게 된 것이었다.
로렌스는 신앙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의 가치관은 영화를 보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콘클라베의 첫째날 로렌스는 강론을 하게 되는데, 이 강론에서 영화의 주제가 드러난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다양성이고, 확신(Certainty)은 다양성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느님께 항상 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시길 기도한다.
이 강론 장면을 보며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현대사회를 보면, 점점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며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많은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우리 사회에서, 맹목적인 확신은 배타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상에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세상을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시켜야 한다. 문제는 사회를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배타적인 사고가 생길수도 있다는 점이다. 로렌스는 이러한 점들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도 항상 의심하는 교황을 보내주시길 기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하지만 로렌스도 완벽한 성품을 지니고 있지 않다. 콘클라베를 주도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신경질을 내기도 하고, 수녀가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도록 압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더나은 교황을 뽑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한다.
교황 선출 과정에서도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은 첨예하다. 추기경들의 사회라 하더라도 인종, 언어, 정치관으로 인해 서로 충돌한다. 또한 상대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스캔들도 생겨난다. 그러한 와중에 폭탄 테러로 인해 시스티나 성당의 창문이 깨지는 사건이 생겨난다. 다른 민족, 다른 종교의 테러리스트가 벌인 사건으로 인해, 이탈리아계 보수 추기경인 테데스코 추기경이 지지를 받게 된다. 급기야 그는 이슬람 세력에 대한 혐오 감정을 통해 자신의 지지세력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던 와중에 베니테스 추기경은 우리의 적은 이슬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라고 외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겪은 베니테스의 외침은 추기경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로렌스가 찾던 의심하는 추기경이 나타난 것이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대비적인 장치들이 등장한다. 가장 극명한 대비는 추기경들과 수녀들이다. 시각적으로는 추기경들의 붉은 옷과 수녀들의 푸른 옷이 대비된다. 또한 청각적으로 추기경들은 많은 말들을 하지만, 수녀들은 조용하다. 수녀들의 말과 행동은 추기경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무게감을 준다. 추기경과 수녀의 시각적, 청각적 대비가 영화의 재미 중 하나였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닫힘과 열림 의 대비가 돋보인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모든 공간들은 닫히기 시작한다. 추기경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성당 내의 모든 문, 창문은 닫히기 시작한다. 또한 설치되어 있던 모든 통신수단 또한 차단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재미있던 사실은 이러한 닫힘이 추기경들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추기경들은 두 번의 열림으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첫 번째 열림은 봉인된 교황의 방이 열렸을 때이다. 로렌스는 트랑블레 추기경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교황의 방을 열어버린다. 금기시된 행동을 하게 되었지만, 트랑블레의 비밀을 밝히면서 트랑블레가 교황이 될 자격이 없음을 밝힐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열림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창문이 깨졌을 때 발생한다. 물론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시스티나 성당에는 바깥의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마지막 투표 때 추기경들은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소리를 들으며, 베니테스 추기경이 한 화합의 메세지를 상기하게 된다.
  외부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닫힘은 안전하고 안정되어 있지만,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의 마음을 열고 외부의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열린 마음의 자세를 지니면, 로렌스가 말했던 강한 확신(Certainty)을 가지기 힘들기도 하다. 이 작품은 위험해 보이더라도 열린 마음의 자세를 가져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것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