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과 소외된 개인의 비극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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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1949년에 발표된 희곡으로, 1920년대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 작품은 오래전에 발표되었지만, 현대인들이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아서 밀러

  아서 밀러는 미국의 어려운 시기에 활동한 극작가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무렵 태어났다. 1920년대 후반까지 미국은 부유해졌지만, 1920년대 후반에 대공황을 맞이했다.

  아서 밀러의 아버지는 의류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대공황으로 인해 몰락하게 된다. 아서 밀러는 빵집 배달원, 자동차 부품회사 점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이후 미시간 대학교에 재학하며 극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 사이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또다시 큰 사회 변화를 겪게 된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발표되었다. 이후 그는 3번의 결혼을 했고, 20세기 미국 역사의 명암과 함께한 인물이었다.


세일즈맨의 죽음

  현대 문학에서는 소시민의 삶을 주제로 다루는 연극들이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이 발간될 때의 미국 사회를 떠올리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 작품은 특히 미국인들에게 신선한 소재였다고 한다. 당시 연극의 소재들을 보면 영웅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가 많았다고 하는데,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들은 영웅과는 모두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물들 모두 각각의 컴플렉스나 문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특정 인물들을 쉽게 비난할 수 없다.

| 인물명 | 관계 | 나이/직업 | 주요 특징 | 상징적 의미 | |----------------------------|--------------------|--------------|--------------------------------------------------------------------------------------------------------------------|---------------------------------------| | 윌리 로먼
(Willy Loman) | 주인공 | 63세
세일즈맨 | • 아메리칸 드림에 집착하는 실패한 세일즈맨
•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현실을 부정
• 인기와 외모를 성공의 척도로 믿음
•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함
• 자살로 생을 마감 | 자본주의 사회의
소외된 개인
아메리칸 드림의
희생자 | | 린다 로먼
(Linda Loman) | 윌리의 아내 | 60대
전업주부 | • 헌신적이고 충실한 아내
• 윌리의 환상을 보호하려 노력
• 가족의 화합을 위해 희생
• 현실적이지만 소극적
• 윌리의 자살 후 "우리는 자유야"라고 외침 | 전통적 여성상
가정의 수호자
침묵하는 희생자 | | 비프 로먼
(Biff Loman) | 큰아들 | 34세
무직 | • 고교 시절 풋볼 스타였으나 현재는 방황
•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 후 환멸
• 도시 생활보다 자연을 선호
• 아버지의 가치관을 거부
•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 |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회의
진정한 자아 추구 | | 해피 로먼
(Happy Loman) | 작은아들 | 32세
조수 | •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공허함
• 아버지의 가치관을 그대로 답습
• 여성 관계에서 방탕한 생활
| 아버지 세대
가치관의 계승자
표면적 성공의
허상 | | 벤 삼촌
(Ben Loman) | 윌리의 형
(회상 속 인물) | 사망
사업가 | •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로 부를 축적
• "17세에 정글로 들어가 21세에 부자가 됨"
• 윌리가 동경하는 성공의 상징
• 모험적이고 결단력 있는 인물
• 윌리의 환상 속에서만 등장 | 아메리칸 드림의
성공 신화
윌리의 이상향 | | 찰리
(Charley) | 이웃이자 친구 | 60대
사업가 | • 윌리와 대조되는 현실적 성공자
• 겸손하고 실용적인 성격
• 윌리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제공
• 인기보다 실력을 중시
• 윌리의 장례식에서 그를 옹호 | 진정한 성공의
모델
현실적 지혜 | | 버나드
(Bernard) | 찰리의 아들 | 30대
변호사 | • 학창시절 모범생, 현재 성공한 변호사
• 비프와 대조되는 인물
• 노력과 실력으로 성공을 이룸
• 겸손하고 성실한 성격
• 대법원에서 변론할 정도로 출세 | 올바른 교육과
노력의 결실
진정한 성취 | | 하워드 와그너
(Howard Wagner) | 윌리의 상사 | 30대
회사 사장 | • 윌리를 해고하는 냉정한 사업가
• 신세대 자본가의 전형
• 인간적 정보다 효율성을 중시 | 냉혹한 자본주의
세대 교체의
상징 |

  이야기의 시작을 보면, 윌리의 가족은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사람들"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윌리는 은퇴하지 못한 노인이었지만, 그래도 부동산 대출을 다 갚아 자유의 몸이 된 사람이었다. 아들들이 3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돈을 제대로 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자녀들을 무사히 키워냈다. 윌리 또한 젊었을 때에는 유능한 세일즈맨으로, 성공했던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점점 전개되자, 윌리의 가족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윌리는 아들들과 부인을 사랑했지만, 한편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삶에 대해 불만족하고 있었다. 벤 삼촌은 윌리에게 지속적으로 환영으로 나타나는데, 윌리는 벤을 동경하고 두 아들들이 벤의 아메리칸 드림을 따르기를 바란다.

  한편 윌리는 찰리 가족을 질투한다. 찰리는 겸손한 성격을 지닌 사업가이고, 버나드는 찰리의 아들이다. 윌리는 찰리와 버나드가 어렸을 때 무시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들의 모습을 축하하지 않고 질투한다. 찰리는 윌리의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알고 50달러씩 빌려주고 있었다. 찰리는 윌리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윌리는 자존심 때문인지 이러한 찰리의 제안을 거절한다. 버나드가 어렸을 때 윌리는 범생이 같은 버나드를 무시했었다. 미식축구 선수였던 자신의 아들이 버나드보다 훨씬 더 좋은 아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버나드는 성공한 변호사가 되었고, 그에 비해 윌리의 아들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윌리는 이러한 모습에 괴로워한다.

  윌리는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그는 동시에 가족을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 먼저 윌리의 자녀들에 대한 과잉보호가 자녀들을 정상적이지 못한 인격체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윌리는 자녀들을 너무 아낀 나머지, 자녀들이 무책임한 성격으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비프는 도벽을 가지게 되었고, 해피는 방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윌리는 큰아들인 비프에게 더 많은 기대와 사랑을 보여줬는데, 역설적으로 비프가 엇나가게 만들었다. 윌리는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었는데, 불륜 현장을 비프가 목격하게 되었다. 비프는 이때 큰 충격을 받게 되었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포기해버리게 된다.

  이 이야기의 사회적 배경은 2025년 대한민국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만, 웬지 모르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행복이 아닌 남의 시선만을 의식한 사회상이 특히 부각된다. 린다의 말대로 윌리의 가족은 사실 마냥 불행한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윌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자녀들에게 강요하게 되고, 자녀들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윌리는 자신의 가치가 보험금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생명을 끊게 된다.

  이 이야기의 전반적인 내용은 비극이지만, 이야기 구석구석에는 희극적인 요소들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윌리의 모습을 보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나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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