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작가의 소설 '모순'을 읽고 삶의 모순을 이해하며 위로받았던 경험과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집 책장에 꽂혀있었던 책이었지만, 이 책을 읽어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었다. 그동안 딱히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필요에 따라 읽는다는 말은 글로 써놓고도 웃기지만, 나에게 모순이라는 단어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지난 1년은 나의 생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였다.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인생의 많은 가치들 중에 어떠한 점을 중요시해야 할지 등등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누군가는 이러한 고민이 30대가 되면 하게 되는 흔한 고민이므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흔한 고민이라고 해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일까 ?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고민들이 쌓여가면서,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였다면 나에게 이토록 고민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문제였다. 이후에는 나보다 먼저 이러한 고민을 했던 선배들을 찾아서 물어보았다. 여기서 선배들은 단순히 인생의 경력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고, 나보다 먼저 이러한 고민을 해보았던 "고민 선배"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얻은 답변도 그닥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일부는 나처럼 아직 답을 찾지 못했고, 나머지는 나에게 만족스러운 답변을 주지 못했다. 위에서 말했던 "30대의 흔한 고민" 도 그 답변 중 하나였다.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에서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책의 줄거리만 파악할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영상에서 책의 줄거리는 나오지 않았고, "나이가 들수록 다르게 읽히는 소설" 이라는 감상평이 기억에 남았다. 그 때부터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의 문장자체가 매력적이어서, 다음 문장으로 계속 파고들며 읽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책의 줄거리가 너무 궁금해서 몰입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안진진에게 공감하기도 하고, 안진진한테 의문을 품기도 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안진진은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들을 했다. 안진진은 모순적인 사람이다. 술에 취한 아버지의 모습을 싫어하면서도 그의 모습을 닮아있고, 무능력한 남편과 결혼해 곤궁한 생활을 하는 어머니를 동정하면서도 장우에게 매력을 느낀다. 분명 아버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버지를 애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안진진은 나와 닮은 부분들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안진진 뿐만 아니라 안진진의 엄마, 이모 모두에게서도 동질감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중 나와 아주 닮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왜 이런 마음이 생기는지 궁금했었다. 아마 나 또한 모순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작년에 수많은 고민들을 하면서, 스스로가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나는 돈을 좇고 싶지만 좇고 싶지 않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 하지만 실패했다. 때로는 답을 알면서도 틀리기도 했다. 나는 직접 경험해봐야 인생의 가르침을 얻는 우이독경한 사람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모순적인 모습들은 나에게 왠지모를 위로가 되었다. 안진진이 말하였듯이, 삶은 탐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에도, 본질적인 나의 고민은 해소되지 않았다. 대신 이 고민은 계속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와 세상의 모순성으로 인해 나는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긍정하고 난 후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마음이 편해졌다는 점에서 고민이 해결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몇 년 후에 다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 때의 나는 더 모순적인 사람이 되어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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