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

미키7 소설을 통해 실존의 문제와 테세우스의 배 난제를 가볍고 깊이 있게 탐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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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7은 실존의 문제에 대해 가벼우면서도 깊게 고민해 보게 해주는 SF소설이다. 철학 시간에 나올법한 존재에 대한 문제들을 훨씬 알기 쉽고 몰입도있게 읽어볼 수 있다. SF소설의 특성상 독자들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들이 많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주인공의 감정에 쉽게 이입하여 읽어볼 수 있었다. 더불어 봉준호 감독이 해당 소설의 내용을 미키17 라는 영화로 만들고 있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의 배 는 미키7의 내용을 관통하는 난제이다. 수업시간이나 책에서 한 번씩은 들어봤던 내용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 봤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테세우스의 배에 대해 다시 살펴보자.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은 팔레론의 디미트리오스 시대까지 보존했다. 그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었다.

커다란 배에서 겨우 판자 조각 하나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 왔던 "그 배"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 수리한 배에서 다시 다른 판자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 플루타르코스


위의 글을 읽고, 다음과 같은 고민들을 해볼 수 있다.

위의 질문들에 나는 개인적으로 "예"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아니요"라고 말할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들도 많이 있지만, 저정도는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은 어떠한가 ?

위의 질문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나는 위의 질문들에 "예" 라고 답하기도 하고 "아니요" 라고 답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아니요" 라는 생각에 마음이 이끌린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들은 어떠한가 ?

이 질문들에까지 도달했을 때에는, 더 이상 답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

  미키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주인공이 아니다. 이러한 역설이 생긴 이유는 위의 테세우스의 배 문제에 대해, 미키 본인도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키는 미래 사회에 존재하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인간이다. Dockerfile 를 통해 Docker Image 를 무한대로 찍어낼 수 있듯이, 미키의 육체는 등록된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계속 생산해 낼 수 있다. 기억에 대한 파일만 미키의 육체(Image) 에 잘 마운트 해주면, 새로운 형태의 미키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왜 소설의 제목이 미키7인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미키7은 미키의 7번째 버전이다.

  미키는 새로운 행성을 테라포밍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위험한 일을 하는 작업자이다. 때로는 새로운 행성의 박테리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실험하는 생화학 실험체가 되기도 하고, 우주선에 새어나온 방사능 물질을 청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키한테 이러한 위험한 일을 시킬 수 있는 까닭은, 사람들은 미키가 죽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즉,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에 위험한 임무들을 죄책감 없이 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키7은 이러한 본인의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미키6와 미키8에 대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본인의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기도 한다. 나의 육체가 죽은 후, 나의 육체를 똑같은 물질로 만들고 기억 데이터를 이관시킨다면, 그것은 나일까 ? 내가 미키였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미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미키에 대해 양면적인 모습으로 이해한다. 미키가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면, 미키가 다시 태어남에도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또한, 미키에게 "너는 미키가 맞아?" 라고 질문하는 등, 미키를 직접 대하는 사람은 미키와 미키7을 다른 인격체로 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시, 테세우스의 배

  인간 사회는 점점 테세우스의 배 문제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 태초에는 테세우스의 배 문제가 상대적으로 대답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류는 사회에 있던 많은 가치들을 추상화하였고, 가상화하였다.

  예를 들어, 인간 사회의 돈이 그렇다. 과거에는 사금파리나 조개 등이 돈의 역할을 하였다. 물질적으로 사금파리나 조개들은 다른 형태를 지녔으므로, 돈은 모두 달랐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가 흐르면서 인간은 금과 은, 동전과 지폐로 물질적 가치를 추상화시켰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지폐 또한 자주 사용되지 않으며, 주로 은행원장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숫자값이 돈을 대변한다. 이 때에, 내 계좌에 저장되어 있는 50000원과 친구의 계좌에 저장되어 있는 50000원은 다르다고 할 수 있는가 ? 가상화폐의 경우는 어떠한가?

  시간이 지나면서 테세우스의 배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성한 예술작품,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등 우리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것들은 추상화를 넘어 가상화되고 있다.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변하면서, 도덕적인 문제들도 같이 야기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작업물의 저작권,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의 폭력성 등이 이러한 사례이다. 물론 2020년대가 이러한 가상화를 급격하게 받아들인 시기이기 때문에 나타난 혼란일 수도 있다. 이 소설 또한 이러한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이 한 번씩 해보면 좋은 질문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10년 후에는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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